여행
카테고리 없음
2023. 11. 23. 15:23
광주에서 오송으로
폭우로 인하여 열차가 20분 지연됩니다. 고객님의 양해 바랍니다. 기관사는 마치 천재지변이 자기 잘못인 것처럼 수없이 나의 양해를 구한다. 서로가 무안한 그 시간. 퍼 자느라 퉁퉁 부은 눈으로 창문을 바라보니 꾸정꾸정한 강물이 다리 밑을 넘실넘실 중간에 잡초 한 뭉텅이가, 섬 같은 모양으로 둥둥 떠다닌다. 세상의 흙탕물에 넘칠대는 내 머릿속의 불순물들은 나침반을 잃었다 그저 두웅둥 부유하며 어딜가오, 어딜 가야 하오를 중얼댄다. 주어는 무엇이냐를 되묻는 사이 스크린 속 너머 액정에 물이 씻겨내 버린 목숨 여럿이 떠있다. 산사태 때문에 '나는 자연인이다'에 나온 어르신과 아내분이, 흙에 파묻혔다. 디지털로 표현된 그분들의 죽음은 명조체 스타일. 그저 내 코와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숨으로 이진법의 비극이 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