전주
일상
2023. 3. 4. 23:36
시청 뒷편
전주에는 꽤 오랜 역사를 지닌 사창가가 존재했다. 전주시청 뒤편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었던 그곳을 주민들은 '시청뒤'라고 불렀다. 학생시절에 집을 가기 위해서 이 길을 지나칠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. 길거리에 꽃처럼 자신을 드러내고 눈, 손, 입으로 호객을 하던 그녀들. 하지만 학생인 나를 보면 인상을 쓰고, 무시하며 가시 돋친 모습을 보이던 그녀들은 마치 길장미 같았다. 약 20년이 지나 다시 찾은 그 뒷길에는 미술관과 독립서점들이 자리했고 길장미들이 숨 쉬던 터전 위에는 커피냄새와, 책으로 가득 채워진 선반의 무게와, 여타 독립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져 있었다.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고 나온 후, 우연히 벽에 그려진 장미 한 송이를 보았다. 그 장미는 나에게 이렇게 묻는 듯했다. '누가 우리들을 꺾어버..